내그림이야기

[레드집사] 작고 소중한 동화(1)-MERCY

레드집사 2024.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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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and Mercy" by 레드집사 by adobeExpress

 

옛날 옛날에

꿈이 많은 한 소녀가 살았답니다.

 

소녀는 4명의 형제자매 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났어요.

소녀는 지금의 키보다 훨신 작았을 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는 게 꿈이었답니다.

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 오늘까지도 세상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키가 자라는 동안에도, 오늘도, 매일이 처음인듯한 실수투성이 엄마를 도와야 했어요.

 

엄마가 바쁠때면, 시끄러운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것은 언제나 소녀의 일이었습니다.

만약에 동생들이 사랑스럽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소녀는 키가 다 자라기도 전에 세상밖으로 떠났을지도 몰라요.

 

키가 엄마만큼 컸을 때쯤 소녀의 마음에 점점 불편함이 들어왔어요.

그 이유는, 지금 내가 있을 곳이 이 곳이 아니라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가장 발랄하고 통통 튀며 예쁘기까지 한 둘째가 크게 아팠습니다.

열이 심하게 오르고 어떤 것도 먹지 못했어요.

엄마는 "소녀야 셋째와 넷째를 부탁한다"며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소녀도 엄마와 똑같이 오늘을 처음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집은 어제도 그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오늘이었습니다.

소녀와 같이 엄마가 없는 날을 처음 맞은 셋째와 넷째가 주변을 천방지축 어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았어요. 엄마는 어떻게 했던 것일까요?

 

놀던 동생들이 금새 지쳐 배고프다 합니다.

소녀는 이때다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것 해서 나누어 먹고

동생들이 한 숨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생들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우고 낮잠을 자기 위해서는
밭에서 얻은 감자와 토마토가 필요합니다.

(다용도실로 가서 통통하고 무르지 않은 감자와 토마토를 가지고 왔습니다.)

감자는 셋째가 좋아하는 갖은 야채와 된장찌개를

토마토는 넷째가 좋아하는 엄마의 치즈를 곁들인 카프레제를 만들 거예요.

 

소녀는 다른 재료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식재료가 아닌 노란색 편지가 붙어있는 상자가 있었어요.

 

"사랑하는 큰 딸!  엄마 대신 동생들 챙기느라 힘들지?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해. 네가 먹고 싶은 것 못 챙겨 먹을까 봐 엄마가 우큰딸(우리 큰 딸) 좋아하는 것 만들어 놨어. 이것 먹고, 너도 무서운 밤 깨어있지 말고 예쁜 꿈 꾸면서 자렴. 언제나 그분의 의지로 주신 선물인 우큰딸로 하나님께 감사드린단다. 사랑하고 축복해. -엄마가-"

 

상자 안에는 소녀가 좋아하는 피칸파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엄마표 된장찌개와 카프레제가 있었습니다.

 

소녀와 동생들은 맛있게 배불리 먹었습니다.

밤이 그 어느 때보다 깜깜했지만 무섭거나 두려움 없이 잠잘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고비를 넘긴 둘째와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엄마는 소녀에게 비행기 티켓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휘둥그레하는 소녀에게

이제 키도 훌쩍 자랐고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이 그 키를 훌쩍 넘었으니

세상에 나가 새로운 도전과 그 도전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소녀는 엄마의 키가 이 전에는 훨씬 컸으며,

엄마도 아름다운 밖의 세상을 꿈꾸었으며,

소녀를 처음 만나 고향에 돌아왔고,

하나님께 선물로 받은 소녀가 너무 예쁘고 기쁜 나머지

동생들을 기도로 선물 받았으며,

우리들과 정착하고 나서는 키도 점점 작아지고 마음도 점점 식어갔고,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우리 덕분에 매일매일 감사한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소녀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날입니다.

엄마와 동생들이 배웅 나와 열렬히 응원합니다.

파란 하늘

신기하게 떠 있는 구름

소녀가 모르는 다른 곳에서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 어떤 사람들을 만나러

소녀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자비(Merc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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